미래만큼 영원과 닮지 않은 것은 없어.
미래는 시간 가운데서도 가장 완벽하게 찰나적인 부분이지.
과거는 꽁꽁 얼어붙어 더 이상 흐를 수도 없고,
현재는 영원의 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으니까.
우리가 창조적 진화니 과학적 인본주의니 공산주의 같은 사상체계에 격려를 아끼지 않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사상들은 인간의 애착을 미래에, 그 찰나성의 핵심에 붙들어 놓지.
따라서 거의 모든 악은 미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감사는 과거를 바라보고
사랑은 현재를 바라보지만,
두려움과 탐욕과 정욕과 야망은 앞을 바라보지.
물론 원수(=하나님)도 인간이 미래를 생각하기 바라지.
다만 내일 실천해야 할 정의나 자비의 행동을 계획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만큼만 생각하길 바란다. 내일의 일을 계획하는 것은 오늘의 의무이니까. 모든 의무가 그렇듯이, 그 재료야 미래에서 빌려오는 것이지만 막상 그것을 실천하는 시점은 현재 아니냐.
원수의 이상형은 하루 종일 후손의 행복을 위해 일한 다음(그 일이 소명이라면) 그 일에 관한 생각을 깨끗이
털고 결과를 하늘에 맡긴 채 그 순간에 필요한 인내와 감사의 마음으로 즉시 복귀하는 인간이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미래에 잔뜩 가위눌려 있는 인간, 이 땅에 금방이라도 천국이나 지옥이 임할지 모른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인간, 그래서 천국을 얻을 수 있다거나 지옥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불어넣기만 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원수의 계명을 깨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인간, 자기는 생전에 보지도 못할 계획의 성패여부에 믿음을 거는 인간이 최고지. 우리가 바라는 건 전인류가 무지개를 잡으려고 끝없이 쫓아가느라 지금 이 순간에는 정직하지도, 친절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하게 사는 것이며, 인간들이 현재 제공되는 진정한 성물들을 미래의 제단에 몽땅 쌓아 놓고 한갓 땔감으로 다 태워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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