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소재

[스크랩] 칼빈 VS 세르베투스, 그리고 삼위일체신 VS 유일신

ToBeIsToChange 2010. 4. 12. 22:04

이제 세르베투스를 재판하는 장면으로 넘어갈 차례였다. 자신의 말 한마디를 끝까지 지켜 내는

세르베투스의 신념과 고집, 거기에 당황하는 칼뱅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그로테스크하게 그려

나가야만 하였다.

 

심문관이 세르베투스에게 엄숙한 어조로 물었다.

 

"그대는 우리 교회가 고백하고 있는 신성한 삼위일체 교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삼가 제 의견을 말씀드리면, 삼위일체 교리는 대가리 셋을 가진 지옥의 개라고 생각합니다."

 

"뭣이라구!"

 

화가 머리끝까지 난 심문관이 재판석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심문관이 다소 마음을 진정시켜 세르베투스에게 질문을 해나갔다.

 

"<삼위일체론의 오류>라는 책은 그대가 지은 것이 확실한가?"

 

"네, 내가 지은 책이 분명합니다. 22년 전, 내가 20세 때 지은 책입니다."

 

"삼위일체론이 오류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그 근거는 바로 성서에 있습니다."

 

"그대도 성서를 존귀히 여기는가?"

 

"내가 성서보다 더 높이 숭앙하는 책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런데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는

성서에도 없는 삼위일체 교리를 교회의 이름으로 정함으로써 큰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그대는 예수가 영원 전부터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믿지 않는가?"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 예수는 원래부터 사람이었는데, 하느님의 신성을 덧입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는 하느님의 영원하신 아들이 아니라, 영원하신 하느님의, 아들에 불과합니다."

 

말하자면 세르베투스는 영원하신이라는 형용사를 하느님에게만 붙이려고 했다. 심문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대는 빌레뉴바라는 가명으로 도피 생활을 해왔는가?"

 

"그렇습니다. <삼위일체의 오류>라는 책 때문에 로마 교회에서 나를 체포하려 하여, 비엔나를

탈출하면서 그 가명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대는 비엔나를 탈출하기 전에 또, 삼위일체론을 반대하는 책 한 권을 비밀리에 출판하지

않았는가? 그 책 제목이 <기독교의 재건>이라고 했던가"

 

"맞습니다. <기독교의 재건>입니다."

 

"기독교의 재건이라구? 기독교를 파괴하려고 쓴 책 제목에다 재건이라는 말을 사용하다니."

 

심문관이 코옷음을 치자 세르베투스는 얼핏 냉소를 떠올렸다.

 

"교회의 이익을 떠나 순전한 마음으로 성서로 돌아가는 길만이 기독교를 재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런 책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대는 저작물로 인하여 비엔나의 로마 교회가 궐석 재판에서 그대에게 화형을 언도한 것을

 알고 있는가?"

 

"알고 있습니다. 내 책들까지 나와 함께 화형 언도를 받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 책들은 이미

 나를 본따 만든 인형과 함께 불태워졌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그대는, 로마 교회뿐만 아니라 로마 교회의 적인 종교개혁파도 그대에게 화형을 선고하려

하고 있음을 아는가?"

 

"그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대는 칼뱅이 교회를 맡고 있는 이 제네바로 와서, 그것도 칼뱅이 설교하는 그

시간에 교회로 들어왔다가 체포되었는가?"

 

"나는 칼뱅이 어떻게 사이비 교리와 거짓말로 사람들을 후리는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갔을

뿐입니다. 칼뱅이야말로 하느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중대한 과오를 저지르고 있는 자입니다.

칼뱅이 주장하는 교리가 얼마나 거짓된 것인가 밝혀 보이겠으니, 칼뱅을 이 법정에 불러내어

나와 논쟁하게 할 것을 요구합니다."

 

세르베투스의 두 눈은 이미 화염에 휩싸인 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마침내 1553년 10월 26일 제네바 소의회는 세르베투스에게 화형을 언도했다. 칼뱅은 속으로

은근히 기뻤지만, 자신이 얼마나 자비로운 인물인가를 제네바 시민들에게 보이기 위해, 세르

베투스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기를 소의회에 간청했다.

 

그 간청의 내용은, 세르베투스를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화형에 처하지 말고 단번에 목을 치는

참수형에 처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의회는 칼뱅의 요구를 거부하였다.

 

화형 언도를 받은 세르베투스는 처음에는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다음 순간 미친 듯이 신음하며

날뛰었다. 그 모습은 칼뱅을 향하여, 거짓말쟁이요 살인자라고 규탄하며 사자후를 말하던 투사의

위용이 아니었다.

 

세르베투스는 점점 소리를 내어 울부짖으며 웃옷을 두 손으로 찢고 가슴을 쳐댔다. 그리고 고향인

스페인 아라곤 빌나노바 사투리로 부르짖기 시작했다.

 

"미세리코르디아! 미세리코르디아!"

 

자비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칼뱅이나 소의회에 자비를 호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칼뱅이 세르베투스를 면회하러 가, 다시금 그의 주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세르베투스는 고개를 가로젓기만 했다. 칼뱅의 측근인 파렐도 면회를 와서 세르베투스에게

회개를 간곡히 권했지만, 세르베투스는 회개할 자는 칼뱅이라는 식으로 말할 뿐이었다.

 

정오경, 세르베투스는 제네바 시청 광장으로 끌려 나왔다. 하늘은 맑게 개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이고 태양은 중천에서 이글거렸다. 집행관이 세르베투스에게 사형집행문을 낭독하자

세르베투스는 졸도하여 쓰러져 버렸다. 군중 속에 있던 파렐이 달려나가 세르베투스를 부축하여

일으켜 주며 그의 귀에다 대고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그대는 예수가 하느님의 영원하신 아들임을 시인하라!"

 

세르베투스는 입을 악다물고 있다가 문득 소리를 높였다.

 

"칼뱅에게 저주가 있을지어다!"

 

세르베투스는 샴펠 언덕으로 끌려가 거기에 세워진 십자가에 달렸다. 그의 온몸에는 그가 저술한

책들이 묶여져 있었다. 그는 책으로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고, 책 속에 파묻힌 것 같았다. 그는 가끔

자신의 책 냄새를 맡아 보는지 고개를 숙였다가 하늘로 시선을 향하곤 했다.

 

그리고 저 아래 계곡을 따라 흐르는 아름답고 푸른 알베 강으로 눈길을 돌리기도 했다.

십자가 밑에는 화목과 섶이 쌓여 있었는데, 그 나무들은 일부러 그랬는지 물에 젖어 있었다.

집행관의 명령에 따라 간수가 섶에 불을 붙이자, 나무들은 연기를 심하게 뿜어 대면서 조금씩 타들어

갔다. 불에 타서 죽기 전에 먼저 연기에 질식하여 기절하게 되는 것은, 화형수에게 있어 마지막 남은

자비인 셈이었다.

 

파렐이 십자가 밑으로 바짝 다가와 세르베투스를 향하여 안타깝게 부르짖었다.

 

"하느님의 영원하신 아들에게 기도하라!"

 

그러나 세르베투스는 연기 속에서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마침내 기침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

기침이 멎음과 동시에 질식하게 될 것이었다. 세르베투스는 기침을 꾹 누르고 온 힘을 다하여 마지막

한 마디 말을 뱉어 내었다.

 

"예수, 영원하신 하느님의, 아들....."

 

불길이 먼저 세르베투스의 책들로 옮겨 붙었다. 책들이 타면서 세르베투스의 몸도 타들어 갔다. 검은

연기와 불길이 알베 강 위를 가로지르며 천천히 태양을 가렸다.

 

- 우리 시대의 소설가 中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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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서 잠시 한 발 물러선 채 이 글을 올립니다.

 

윗 글은 칼빈에 의해 세르베투스가 화형당한 사실을 작가가 소설에서 묘사한 글입니다.

 

여러분들은 세르베투스가 화형 당해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세르베투스를 화형시킨 칼빈이 믿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여러분이 믿는 하나님과 동일한 분인가요?

 

아니면 화형당한 세르베투스가 단지 그 시대적 상황 때문에 죽었다고 이해하시나요?

 

'삼위일체'라는 그 자체의 모순된 단어와 자연계에서 설명 불가능한 이론에 대해 반대한다고

산 사람을 화형시키는 이성과 감성을 가진 신앙이 과연 같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지를 자문해

봅니다.

 

'삼위일체'론과 관련된 토론에서...

아무쪼록 형제사랑과 거룩함이 있는 토론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적으로 작가 이름은 조누가(본명:조성기) 형제님 입니다.

이 곳 숭사리에도 그 분의 좋은 글들이 올려져 있고요.

'십일조를 넘어서'라는 책을 쓴 분이기도 합니다.

 

출처 : 바알 제사장 목사제도는 무당들의 소굴
글쓴이 : 연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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